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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 13

난민, 그 후의 삶
SPECIAL 03
영화로 만나는 난민 이야기



난민의 해피엔딩을 꿈꾸며 


이런 질문 해본 적이 있나요? 왜 목숨을 걸고 위험천만한 보트를 또 타는지, 왜 수천 킬로를 걸어 국경을 넘는지 말입니다. 살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아이러니는 그들의 일상이 됐습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살아남았고, 누군가는 죽었지만, 살아남은 이들의 삶도 그저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이런 난민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소개합니다. 언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삶과 철저히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타국의 삶 중 어디가 더 나을까요? 영화는 우리에게 이들의 삶을 공유하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달라고 합니다



<왼쪽부터 뷰티풀라이, 디판, 어디에도 없는 아이들 / 사진 출처: 민트페이퍼 홈페이지,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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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진 희망‘JUST DO IT’
-뷰티풀 라이(The Good Lie, 2014, 필리프 팔라도)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지평선에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깔리기 시작할 즈음, 마을에 군인들이 덮쳤습니다. 그들이 쏜 총알은 아이든 여자든 가리지 않았습니다. 소를 돌보던 아버지가, 노래를 부르던 어머니가 쓰러졌습니다. 겨우 살아남은 마메르와 아이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해가 뜨는 쪽을 향해 무작정 걸었습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뷰티풀 라이1987년 수단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국제 사회는 그들을 잃어버린 아이들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은 785마일(대략 1,263)을 걸으며 병으로 죽은 형제를 묻고, 강물에 떠내려오는 시체들 사이를 헤엄칩니다. 그리고 되뇝니다.


난 삶을 원한다.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도착한 카쿠마 난민캠프에서 마메르가 가장 먼저 받은 건 ‘JUST DO IT’라고 쓰인 티셔츠였습니다. 하지만 난민 캠프에서 보낸 13년은 ‘JUST DO IT’ 할 수 없는 그저 희망이 바래가는곳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https://www.one.org/us/2014/10/08/interview-margaret-nagle-on-the-making-of-the-good-lie>


그러던 중 2001년 유엔난민기구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갈 기회가 주어집니다. 모두가 이들을 행운아라고 불렀지만, 정작 미국으로 간 아이들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합니다뷰티풀 라이의 배우들은 실제 난민 출신입니다. 그들이 부르는 수단의 노래가 미국의 추운 옥상에서 울려 퍼집니다.

이 이국의 땅에서 난민들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뷰티풀 라이는 그들이 혹독할 정도로 낯선땅에서라도 자신의 형제와 친구가 함께있다면 버텨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빛바랜 희망을 진짜 희망으로 바꾸는 일, 그것은 우리가 그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영화는 그래서 말합니다.


“You JUST DO I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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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우지 아니하면
-디판(Dheepan, 2015, 자크 오디아드)   


영화는 스리랑카 내전으로 죽은 병사와 민간인을 나무 장작 위에서 태우며 시작됩니다. 덤덤하게 시신을 태우던 군인 시바다산은 자신의 군복을 벗어 장작더미 위로 던져버립니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시바다산은 신분을 숨기고, 난민으로 망명을 가려 계획합니다. 그는 망명브로커에게 디판이라는 가짜 여권을 삽니다. 그리고 20대 난민 여성과 9살 고아 여자애를 부인과 딸로 속여 프랑스로 떠나는 배를 탑니다.


나라도, 이름도, 가족도 어느 하나 진짜인 것이 없는 디판 가족은 그렇게 서로를 이용합니다. 가족처럼 보여야 프랑스에서 시민권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디판 가족이 정착한 곳은 도시 외곽의 슬럼가였습니다. 그들은 극심한 이질감과 불안감 속에 살아가지만, 가짜 디판은 가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진짜 디판이 되어 갑니다. 가짜 부인 얄리니 역시 남편이 이국의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딸처럼 대해주면 안돼요?”라고 말하는 9살 고아의 여자아이와 20대의 난민, 그리고 디판은 점점 진짜 가족이 되어 간다. /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유럽에 정착한 난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유럽이 몰려드는 난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동안, 그들은 이국의 땅에서 또 한 번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영화 속 얄리니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신이시여. 불운을 피하게 해주시고, 이곳에서 잘 살게 하소서.”


가짜 삶진짜 삶의 경계에서 불안에 떠는 그들의 기도는 누가 대답해야 할까요? 영화는 그 대답이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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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생일이 불행한 아이들
- 아무 데도 없는 아이들

(Nowhere Home, 2012, 마가레트 올린)


“1999년 아빠와 형이 죽었습니다. 그들은 차 안에서 폭탄을 맞았죠.”


노르웨이 임시 거주 센터에 머무르는 한 난민 소년이 18개의 초가 꽂힌 생일 케이크를 받습니다. 잠시 환하게 웃던 소년이 곧 절망적인 기분에 휩싸입니다. 소년들은 생일이 기쁘지 않습니다. ‘아무 데도 없는 아이들은 노르웨이 임시 거주 센터에 머무르는 20여 명의 난민 소년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난민 소년들은 18살이 되면 본국으로 추방됩니다. 노르웨이는 아동인권헌장에 명시된 18살까지만 이들을 보호합니다. 그들은 망명지위가 연장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18살 생일 케이크에 불이 꺼지면 가차 없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들이 돌아갈 고향은 전쟁이 가시지 않은 곳입니다. 먹을 것이 없거나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죽이려는 부모들이 있는 곳이지요. 소년들은 극심한 두려움에 자해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그냥 죽어도 좋겠어요.”


살기 위해 넘어왔지만, 소년들은 이제 죽음을 원합니다. 임시 거주 센터에서 자발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간 아이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2011년에 18세 이상의 난민들을 자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노르웨이의 정책은 없어졌지만, 유럽의 난민들을 여전히 이방인으로 불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난 사람이 아니라 그림자예요. 희망 없는 그림자. 언제나 햇빛을 그리워하는 그림자


영화의 실제 제목은 ‘Nowhere Home’입니다. 어디에도 집이 없는 아이들, 정착할 수 없는 아이들, 다시 사지로 내몰린 아이들입니다. 영화는 난민들의 삶을 외면한다면, 이 아이들은 영원히 어두운 그림자로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엄혹한 낯섦, 가짜 그리고 그림자...난민들이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어 도착한 곳은 안타깝게도 파라다이스가 아닙니다. 끓어오르는 울음을 내뱉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갑고 외로운, 그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타국입니다. 하지만 그 메마른 땅에서도 다시 그들이 생을 시작하게 만드는 열쇠가 있습니다.


바로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편견 없는 시선입니다.

 

암적 존재로, 귀찮은 존재로 난민을 보는 방관자적 시선을 거두고, 그들이 고향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친구가 돼야 한다고 영화들은 말합니다. 가짜가 진짜가 되는 순간, 그들은 당신과 같은 존엄한 존재로서, 다시 생을 틔울 것입니다.


난민 자립 정기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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