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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 13

난민, 그 후의 삶
SPECIAL 02
난민도, 돕는 이도 모두 용감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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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난민여성들의 자립과 치유를 돕는 비영리민간단체
<에코팜므> 박진숙 대표 인터뷰



국내로 몰리는 난민 수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423명이던 국내 난민 신청자는 20167542명으로 늘면서, 6년 만에 17.8배로 급증했다. 누적 인원수로 따지면, 2만 명을 넘어선 셈이다. 이런 수치는 국내 난민문제가 더 이상 넋 놓고 바라볼 상황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에코팜므>는 난민문제가 국내에 알려지기도 전인 2009, 난민 여성들과 일하겠다며 문을 연 비영리민간단체다. 일반적인 구호가 아니라, 난민들에게 예술교육을 제공하고 결과로 나온 작품들을 상품화해 판매하며 그들의 치유와 자립에 집중한다. 지난 9년 간 난민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동고동락했던 박 대표로부터 생생한 국내 난민문제의 현황과 해법을 들어보았다.

 





난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에코팜므>라는 단체를 설립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2007년 콩고 난민 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그 전에는 난민에 대해 몰랐고,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가난한 나라, 전쟁이 끊이지 않는 나라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알게 되었죠. 난민으로,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더 천대받는 흑인 여성으로, 또한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온 몸으로 느껴졌어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2009년에 <에코팜므>라는 단체를 설립했어요.


<에코팜므에서는 여성 난민 아티스트 양성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아프리카 난민 여성들과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도 조금씩 치유되었고 자존감도 높아졌어요. 지금은 한 발 더 나가서 난민 여성들에게 미술을 기반으로 한 예술 클래스, 도예, 캘리그라피 강좌를 열어서 아티스트 양성을 하는 것은 물론, 작품들로 상품 개발/판매도 하고 있어요. 또 문화 다양성 이해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난민들이 직접 교육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있고요.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일이 벌써 10년을 코앞에 두고 있네요. 처음 단체를 설립하고 난민 문제를 이야기할 때와 지금 난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그때는 정말 불모지였죠. 저 조차도 난민이 뭔지 잘 모르던 때였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불모지긴 해요.(웃음) 현재 국내 난민 신청자가 2만 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국내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해요. 국내에 난민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루는 단체가 4개뿐이라는 게 그 단적인 예죠.

과거에 비해 조금 나아진 건 국제적으로 난민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난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는 거에요. 그럼에도 국내에 난민이 있다는 사실은 또 잘 몰라요. 실제 학교에 강의를 가보면 청소년들이 난민을 범죄자, 거지, 도망자, 피난민 등 상당히 부정적으로 인식을 해요. 여기에 피부색까지 검다보면 적대감이 더 커지죠.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최근 <에코팜므>에서는 난민은 용감하다는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난민은 용감하다. 그런데 난민만 용감한 건 아니고 당신도 용감하다. 그리고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난민은 용감하다'캠페인 슬로건이 담긴 뱃지>



난민은 용감하다는 짧은 문장 안에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네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민족주의 정서라든지 폐쇄성이 짙은 탓에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더 강한 것 같아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난민 여성들의 문제에 목소리를 낸다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저와 함께 책을 쓴 콩고난민 욤비씨가 처음 캐나다에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아무도 자신을 쳐다보지 않아서 놀랬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늘 피부가 검다고, 난민이라고 괄시와 차별 속에서 살았으니까요. 그래서 난민 부모들이 자기 자식은 나중에 유럽으로 가서 살길 바래요. 한국은 힘드니까.



<국내 난민의 이야기 담은 책 '내 이름은 욤비'>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난민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것이 진정 국익에 좋은 건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난민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재능 있는지 아세요? 먼 이국땅까지 온 사람들의 대다수는 교육 수준이 높은 지식인이거나 어느 정도 경제적 형편이 되는 사람들이에요. 그들을 잘 교육하고 대우하면 다시 그들이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기여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에코팜므는 난민들을 어려운 사람, 즉 구제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당분간 힘든 사람들이라고 얘기해요. 김대중 전 대통령, 아인슈타인도 난민이었어요. 역사적으로 이런 분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사회에 기여했던 걸 봐도 알 수 있잖아요. 난민 2세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건데, 나중에 난민에 대한 배척이 사회문제로 표출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 볼 문제에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아인슈타인이 난민이었다고 하니 확 와 닿네요. 국내 거주하는 난민들 중 오랜 기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머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들의 삶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이로서 국내 난민, 그 중에서도 난민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이라 보시나요?


난민들의 어려움은 크게 세 가지에요. 난민으로 인정 받기, 생계, 그리고 사회적 자립이에요. 그런데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에요. 난민 신청 직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부정작인 인식에서 출발하니 인정률이 낮을 수밖에 없어요.(실제 2016년 난민 신청자는 5,711명이었으나 난민 인정자는 98명에 불과했다).생계의 어려움도 큰데, 그 중에서도 난민-여성-아프리카인이면 어디서도 써주지를 않아요. 싱글 난민 여성들도 경제적으로 열악해 생존을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또한 타국으로 쫓겨 와서 갖은 멸시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대다수의 난민들이 자존감은 바닥이고 난민이 되는 과정에서 겪은 불행한 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어요.난민으로의 삶이 장기화되는 이들도 고민이 크죠. 난민 생활이 10년 이상 지나면 당사자뿐 아니라 2세대들의 정체성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거든요. 여기에 대한 대책이 없어 사실 걱정이에요.

 


국내 난민 지원의 문제,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얘기해주셨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우선은 난민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지원들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난민들은 신용 자체가 없기에 돈도 빌릴 수 없어요. 이럴 때 자조모임을 지원한다면 서로에게 힘이 되겠죠. 어려운 상황에서 타국으로 온 이들에게 치유, 성장, 자립의 기회를 준다거나, 정체성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을 난민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 등도 나중에 닥쳐올 사회문제를 예방하는 노력들이라고 봐요. 저는 그런 측면에서 난민들을 아티스트로 양성하고 나아가 강사로 활동하는 문화센터를 만들고 싶은 꿈도 있어요.

여러모로 이런 지원들을 위해서는 난민을 지원하는 NGO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듯해요.



<에코팜므에서는 국내 여성 난민들의 작품으로 상품을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다. / 사진출처: 에코팜므 홈페이지 >



마지막으로 난민여성들의 자립과 치유를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오셨는데, 대표님이 생각하시기에 난민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나요?  

 


앞서 얘기한 캠페인 슬로건처럼 난민은 범죄자도 도망자도 아니에요. 그들은 당분간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고, ‘귀한 손님’, 그리고 용감한 이웃일 뿐이에요. 그냥 그들을 평범한 사람으로 바라봐주면 좋겠어요.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서 언제든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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