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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 05

희망TV SBS
희망, 변화를 이끄는 힘
SPECIAL 02
르완다 12일 간의 기록
변화된 삶, 그 시작의 지점에서

- 글 : 김옥빈 -




언젠가 "여배우들"이라는 영화에서 윤여정 선생님께 이런 말을 한적이 있었다. "저는요 다 재미가 없어요." 지금으로부터 8년전, 23살의 꼬마가 선생님 앞에서 얼마나 철없는 소리였을지.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서 실소를 터뜨린다. 지금 다시 찍는 다면 이런 소릴 할거다.



"선생님 저는요 정말 열심히 살거예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을 도울거예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오늘밤.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내 안에서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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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아픔을 간직한 희망의 땅




내게 르완다의 기억은 어릴적 방송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트럭뒤에 실어나르는 장면, 그 위로 흘렀던 딱딱한 고딕체의 글자들 “1994년”, “인종청소”, “제노사이드 100만명 사상” 공포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정확히 엄마에게 "왜 사람들을 저렇게 소처럼 나르는거야?" 하고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로 부터 21년이 지난 지금 , 내가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 와있다. 세번의 환승, 이틀의 시간에 걸쳐 도착한 르완다. 평균 해발고도 1,500m 고지대에 위치한 작고 푸르른 나라.

내전으로 인해 인구의 3/1을 잃었고, 여성비율이 높아 일하고 있는 여성을 쉽게 목격할수가 있는 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1,800달러에 불과한 아프리카 중에서도 빈국, 1,200만 인구 중 절반 이하가 빈곤선 이하로 살아가는 곳.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내가 방송에서 보았던 공포스러운 느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처음 굿네이버스에서 제안을 받았을때 어떻게 이곳, 르완다까지 올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절대빈곤의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보며 나는 무슨 일을 할수 있을까 고민해보았던 찰나의 순간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다 놓은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는 이곳에서 도너트, 위네자가족을 만났다.

그리고..전혀 상상도 못했던 타인의 암담함을 난생 처음 눈으로, 내 피부로 직접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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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친구, 엘리스와 도너트



넷째날, 르완다 최남단 마을 무키자에서 만난 엘리스 그리고 도너트.

16살의 엘리스의 아버지는 10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몸이 불편한 오빠 도너트를 대신해 엘리스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학교를 포기하고 하루 품삯을 위해 밭에 나가 일을 한다.

오빠 도너트는 학교에서 사고를 당했지만 치료비는 물론, 병원이 멀어 갈 수 조차 없었고 지금은 하반신이 마비되어 사용하지 못한다. 도너트는 몸이 불편한 자신 때문에 동생이 고생하는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동생 16살소녀 엘리스는 이미 일상처럼 익숙한듯 피로하지만 맑고 조용한 웃음을 짓는다. 꿈이 뭐냐 묻는 질문에 자신처럼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엘리스의 집에 있는 동안 비가 내린다. 천장 사이사이로 비가 샌다.

학교 및 병원 상수도시설은 물론 전기 조차 닿지 않는 이곳, 밤이면 어둠이 깜깜하다.

지금 당장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무력감에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당장 눈 앞의 빈곤 뿐이 아닌, 앞으로 장기적으로 개선되어야할 부분들까지의 안타까움에 온 마음이 불편해 견딜 수 없었다.


엘리스와 같은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후원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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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친구, 위네자와 아이들





이제 갓 일곱 여덟 되었을까. 연년생 즈음 되보이는 아이들이 엄마가 먹을것을 구하러 간 동안 마을 우물에 물을 길으러 자신의 몸보다 큰 물동이를 머리에 지고 줄줄이 사탕처럼 걸어간다. 그리고 장난기 어린 웃음으로 내게 "무중구" "무중구" "무라호" 하고 외쳐댄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 뜻은 "외국인! 외국인! 안녕하세요!" 라고 한다. 피부색이 다른 내가 신기했나보다.

이들의 하루는 먹을 것을 구하는것으로 시작된다. 글자가 무엇인지. 학교가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일단은 먹고 살고 봐야하니까, 흙으로 지어진 5평남짓 방안에서 여섯식구가 잠을 잔다.

하루 일해 벌어온 고구마를 쪄서 귀한 손님이라며 내게 깨끗한것을 골라 내민다. 감사히 먹어야할지 손사래를 쳐야할지 잠시고민한 후 입안에 넣었다. 수분기 없는 고구마 때문에 퍽퍽한건지 내가 먹먹한건지 분간이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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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땅에서 여전히 배고픈 사람들



여덟째날. 학교 착공식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길.

청아한 하늘아래 붉은색 밀가루 같은 흙이(정말 고왔다) 길게 뻗어있었다. 선명하게 대조되는 푸른나무들과 함께 있어 참 장관이다.

비 내린 후 맑은 냄새까지 어찌나 아름다운지.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이 바나나 나무, 아보카도 나무, 생전 처음보는 커피나무들까지. 풍부한 자원이 지천에 깔려있다.


궁금했다. 이토록 풍부한 먹을거리에 왜 이곳사람들은 늘 굶주릴까?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그들이 사는 이땅의 권리가 그들에게 없다.

수확한 곡물들을 보관할 창고, 체계적 생산, 유통으로 이어지는 기술이 없다. 그들의 권리를 되찾고 자급자족 시스템 교육을 위해서도 학교, 교육의 필요성은 천만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커피는 배를 채울 수 없는 열매이자, 식민지시대 때부터 강제로 생산해온 작물, 자국내서 소비하는 사람도 없다. 이들에게 자원은 넘치지만 착취 당하고, 평생을 노동하며 부지런하게 일하지만 빈곤에 허덕인다.


이 곳에 태어났을 뿐인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배를 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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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물음 하나


마지막날

우리는 키갈리로 돌아왔다. 12일간 머릿속엔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왜 굶어야 하는것일까? 어떤 곳의 음식은 넘쳐나는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 제때에 치료받지 못하고,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깨끗한 물은 마실 수 없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기본적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채 살아간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다. 그곳에 태어났으니 별수 없잖니..정말 그런걸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질문에 대한 답은 이곳에서 짧은시간에 낼 수 없을 듯 하다.

꿈이 무엇인지 미래가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없는 삶은 엘리사와 엘리스 도네뜨, 위네자 뿐이 아니였다.


아이들이 내게 보여준 그 맑은 웃음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맨발로 뛰어다니며 글을 배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배고플때 옥수수죽 한 컵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길 바라는것은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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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모여 만드는 달콤함, 지속적인 관심



나는 물었다.

"앞이 안보여요 마치 강물에 꿀을 한 숟가락 푸는것 같아요

우리가 하는 일이 도움이 되는건가요”


함께 있던 굿네이버스 직원분이 웃으며 말하길

"그렇게 10명 100명 1000명이 모여 지금 우리가 학교를 짓고 있는거예요.

우물도 파서 식수도 만들고, 곡식창고도 만들구요 작지 않아요, 옥빈씨"



"아..정말요.."



오그라든 어깨가 갑자기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었다.

물에 풀려 밍밍하게 흐르는게 아니라 아름답게 모여 달콤하게 흐르고 있다는것.

중요한 것은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 한 사람 한 사람의 도움은 결코 작지않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더 달달한 강물이 흐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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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별에 한 약속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밤.

짐을 싸고 밤하늘을 바라보니 적도에 가까워서인지 하늘이 참 가깝다.

나는 가장 빛나는 별을 손으로 짚고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를 새겨 넣었다.


언제고 하늘을 보며 기억 할 수 있도록..


"아..정말요.."


이 소중한 시간, 제게 나눔과 실천 그리고

참여의 기회를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엘리스와 같은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후원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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